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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aken Robotics 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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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도원지기
- @nenyacat
미국과 동맹국들이 재편하고 있는 새로운 수중 질서(New undersea order) 속에서, 핵심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Kraken Robotics(이하 Kraken)입니다.
이 회사의 전략적 가치는 Anduril이나 Kongsberg 같은 거대한 주계약자(Prime Contractor)가 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차세대 수중 플랫폼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 하부 시스템'을 독점적으로 공급한다는 데 있습니다. 마치 골드러시 시대에 청바지와 곡괭이를 팔던 전략과 유사합니다.

현재 Kraken은 세 가지 구조적 순풍을 맞고 있습니다. 첫째, 전 세계적인 해군 재무장 기조와 함께 비대칭 전력인 자율 시스템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둘째, 이러한 확장의 물리적 한계로 지적되는 에너지와 감지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적 우위를 점했습니다. 셋째, 대규모 설비 투자 없이도 매출 성장과 이익률 개선이 가능한 자본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했습니다.
그들만의 강력한 해자: 핵심 기술력
Kraken의 기술 포트폴리오는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수중 작전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병목 기술(Bottleneck Technology)'을 해결하는 데 집중되어 있습니다.
1. 심해의 에너지 혁명, SeaPower™ 압력 내성 배터리
Kraken의 배터리는 기존 해저 전력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경쟁사들이 사용하는 오일 충전 방식이나 무거운 티타늄 압력 용기(Pressure Vessel) 방식과 달리, 이들은 독자적인 폴리머 캡슐화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기술적 차별성: 무거운 압력 용기를 제거하여 에너지 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였으며, 수심 6,000m의 극한 환경에서도 별도 보호 장치 없이 작동합니다. 이는 시스템 무게를 줄이고 기계적 고장 요인을 원천 차단하는 효과를 냅니다.
확장성: 소형 무인 잠수정(UUV)부터 초대형 무인 잠수정(XLUUV), 그리고 해저 거치형 감시 노드인 Seabed Sentry까지 모듈식으로 적용 가능해 다양한 플랫폼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습니다.

2. 바닷속을 3cm 단위로 보다, AquaPix® 합성 개구 소나(SAS)
Kraken의 소나 기술은 해저 탐사 속도와 해상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습니다.
압도적 성능: 기존 측면 스캔 소나(Side Scan Sonar)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해상도가 떨어지지만, Kraken의 합성 개구 소나(SAS)는 거리에 상관없이 3cm x 3cm의 초고해상도를 유지합니다. 이는 작전 시간을 기존 대비 2~3배 단축시켜 줍니다.
운용 효율성: 견인형 시스템인 KATFISH는 고속 기뢰 제거(MCM) 작전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자체 개발한 자율 진수 및 회수 시스템(LARS)은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무인 수상정(USV)에서도 안전하게 소나를 운용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솔루션입니다.
이 외에도 3D at Depth 인수로 확보한 LiDAR 기술은 밀리미터 단위의 정밀 측정을 가능케 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확보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갖는데, 까다로운 미 국방부 조달 시장(ITAR 준수 필요)에 직접 진입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폭발적 성장의 엔진: 파트너십
Kraken은 방산 시장의 '파괴적 혁신가'와 '전통의 강호' 모두를 고객으로 둔 독특하고 강력한 포지션을 구축했습니다.
Anduril Industries: 성장의 핵심 파트너
방산 분야의 테슬라로 불리는 Anduril은 Kraken의 중기 성장을 견인할 가장 확실한 파트너입니다. Anduril이 수주하는 주요 해저 플랫폼 대부분에 Kraken의 핵심 기술이 탑재됩니다.

Dive-LD: 미 해군 계약을 따낸 장거리 무인 잠수정으로, 대당 약 250~300만 달러의 매출 기여가 예상됩니다. 로드아일랜드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연간 수백 대 규모의 생산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Ghost Shark (Dive-XL): 호주 해군에 공급될 초대형 잠수정으로, 대당 약 1,000만 달러 규모의 Kraken 솔루션(대용량 배터리 모듈 등)이 들어갑니다.
Copperhead & Seabed Sentry: 대량 생산을 전제로 하는 자율 타격 무기 및 해저 감시 체계입니다. 이는 '소모성 무기' 시장으로의 진입을 의미하며, 물량 측면에서 폭발적인 잠재력을 가집니다.
전통 방산 기업과의 협력
이 밖에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HII의 REMUS 시리즈에 소나를 공급하며 안정적인 기반을 다졌고, Kongsberg 등 유럽 주요 방산 플랫폼에도 핵심 부품을 공급하며 NATO의 국방비 증액 추세에 직접적인 수혜를 입고 있습니다.
숫자로 증명하는 성장: 재무 건전성
Kraken은 이제 단순한 기술 개발 단계의 스타트업을 넘어,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매출 퀀텀 점프: 2020년 1,200만 달러 수준이던 매출은 2024년 9,100만 달러로 급성장했습니다. 2025년에는 1억 2,000만~1억 3,500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수익성: 2020년 적자였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24년 2,000만 달러를 넘어섰고, 2025년에는 약 3,700만 달러(이익률 30% 수준)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탄탄한 마진 구조: 고마진의 서비스 매출(RaaS)과 LiDAR 사업 비중이 늘면서 매출 총이익률은 40~50%대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다수의 대형 프로그램이 동시다발적으로 양산 단계에 돌입함에 따라 생산 능력 확충과 납기 준수가 과제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심해의 고압 환경을 견디는 기술적 진입 장벽이 워낙 높아 당분간 Kraken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투자 관점: 수중 드론 시대의 가장 확실한 베팅
Kraken Robotics는 서방 진영이 추진하는 '비대칭적 수중 전력 강화' 전략의 숨은 승자입니다.
플랫폼 제조사들이 겪는 치열한 수주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나, 누가 이기든 반드시 써야만 하는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공통분모'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플랫폼의 성공 여부에 목매지 않고 시장 전체의 성장을 향유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미 국방 조달 시장의 문턱을 넘었고, 단순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선 데이터 및 서비스 매출 비중을 늘리며 기업 가치의 질적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수중 로보틱스 섹터에서 가장 확실하고 방어적인 해자를 갖춘 기업을 찾는다면, Kraken Robotics를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닌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