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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찰리의 연감을 통해 배운 지혜: 찰리 멍거의 격자형 사고 체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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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도원지기
- @nenyacat

들어가며: 현인의 어깨 위에 올라설 기회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Warren Buffett) 옆에는 항상 그가 있었습니다. 버핏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고백한 유일한 파트너,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 찰리 멍거(Charles T. Munger)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단순히 버핏의 오른팔 정도로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 업계의 거장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찰리 멍거야말로 진짜 현인(Sage)이다. 그는 단순히 주식 차트를 보는 투자자가 아니었습니다. 역사, 심리학, 물리학, 생물학을 넘나들며 세상의 이치를 꿰뚫어 보는 철학자였고, 복잡계를 다루는 사상가였습니다.
그의 지혜를 집대성한 책 『가난한 찰리의 연감(Poor Charlie's Almanack)』은 그래서 단순한 투자 서적이 아닙니다. 이것은 생각하는 법에 관한 교과서이자, 험난한 세상을 현명하게 건너기 위한 인생 지침서입니다.
이 벽돌처럼 두꺼운 책을 선뜻 집어 들기 부담스러우셨거나, 혹은 읽다가 방대한 내용에 길을 잃으셨다면 주목해 주세요. 찰리 멍거의 머릿속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아이디어 5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찰리 멍거(1924∼2023)는 누구인가? 워런 버핏의 평생 파트너이자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유능한 변호사였으나 투자자로 전향하여 전설적인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을 가장 존경하여 이 책의 제목도 프랭클린의 『가난한 리처드의 연감』에서 따왔습니다. 2023년 11월, 100세 생일을 한 달 앞두고 타계하며 전 세계의 애도를 받았습니다.
1. 망치만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
찰리 멍거가 평생토록 강조한 제1원칙은 바로 다학제적 접근(Multidisciplinary Approach)입니다. 그는 우리가 세상을 볼 때 하나의 관점, 즉 하나의 학문으로만 해석하려 드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습니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 (To a man with a hammer, everything looks like a nail.)
현실 세계는 교과목처럼 쪼개져 있지 않습니다. 경제와 심리와 기술과 자연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멍거의 해법은 명쾌합니다. 주요 학문의 핵심 아이디어(Big Ideas)를 머릿속에 모두 넣고, 이들을 서로 연결된 격자(Lattice) 형태로 조직화하라는 것입니다. 그가 말하는 필수 학문과 핵심 개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수학: 복리(Compound Interest), 수열, 확률론. 수학을 모르면 엉덩이 차기 대회에 나온 외다리 신세와 같다는 것이 그의 지론입니다.
- 물리학: 임계질량(Critical Mass), 평형 상태.
- 생물학: 진화론, 자연 선택. 기업 경쟁은 생태계의 적자생존과 유사합니다.
- 심리학: 인간의 인지 편향, 오판의 심리학.
- 공학: 백업 시스템(Redundancy), 파괴점(Breakpoint).
투자를 할 때도 재무제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소비자 뇌에 미치는 영향(심리학), 규모의 경제가 만드는 해자(미시경제학), 기술 변화가 가져올 파괴력(공학)을 모두 대입해 입체적으로 사고해야 합니다.
2.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거꾸로 생각하라
찰리 멍거는 어려운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독일의 대수학자 야코비의 말을 떠올렸습니다. 뒤집어라, 항상 뒤집어라 (Invert, always invert).
우리는 보통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만, 멍거는 질문을 뒤집어 어떻게 하면 확실하게 비참해질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그가 제시한 확실하게 불행해지는 처방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질투하기: 질투는 유일하게 쾌락이 없는 7대 죄악입니다.
- 원한 품기: 억울해하고 복수심을 불태우는 것만큼 인생을 낭비하는 법은 없습니다.
- 신뢰 잃기: 약속을 어기고 거짓말을 하여 신뢰를 잃으면 재기 불능이 됩니다.
- 경험에서 배우지 않기: 어제 넘어진 돌부리에 오늘 또 넘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 좌절하고 포기하기: 역경이 닥쳤을 때 주저앉으면 불행이 완성됩니다.
이 행동들을 피하면 남은 것은 행복이나 성공에 가까운 것들뿐입니다. 주식 투자에서도 대박 종목을 찾기보다 어떻게 하면 돈을 잃지 않을까를 먼저 고민했습니다. 멍거에게 현명함이란 똑똑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 멍청한 짓을 하지 않는 것(Art of Negation)이었습니다.
3. 기하급수적 결과를 만드는 롤라팔루자 효과
서너 가지의 심리적 편향이나 힘이 같은 방향으로 동시에 작용할 때, 단순한 합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인 폭발을 일으키는 현상을 멍거는 롤라팔루자 효과(Lollapalooza Effect)라고 불렀습니다.
긍정적 예시: 코카콜라(Coca-Cola)
- 파블로프의 연상 작용: 시원함과 행복한 이미지를 브랜드와 연결.
- 사회적 증거: 전 세계 어디서나 모두가 마시는 대중성.
- 가용성: 언제 어디서나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배치.
- 화학적 보상: 카페인과 설탕이 주는 즉각적인 뇌의 즐거움.
부정적 예시: 사이비 종교나 다단계 사기
- 권위 복종 성향, 상호성 경향, 일관성 편향, 사회적 증거 등이 동시에 작용하면 이성적인 판단이 마비됩니다. 똑똑한 사람도 어처구니없는 결정에 빠질 수 있는 함정입니다.
4. 인간의 오판을 부르는 심리학
이 책의 백미는 인간의 오판을 부르는 25가지 심리적 경향입니다. 멍거는 조종사가 이륙 전 체크리스트를 점검하듯,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 심리적 오류들을 확인했습니다.
- 상호성의 경향: 작은 호의를 받으면 불필요한 물건을 사게 되는 본능입니다.
- 확증 편향: 자신의 기존 믿음과 일치하는 정보만 수용하려는 성질입니다.
- 박탈감에 대한 과잉 반응: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을 크게 느껴 주식 손절매를 못 하거나 무리한 베팅을 하게 됩니다.
- 권위 복종 성향: 전문가나 직함이 높은 사람의 말을 비판 없이 수용하다 손실을 입는 경우입니다.
5. 능력의 범위를 파악하고 기다려라
찰리 멍거와 워런 버핏은 자신들의 능력의 원(Circle of Competence) 밖을 벗어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원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그 경계가 어디인지 명확히 아는 것입니다.
자신의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재능을 가진 게임에서 당신이 재능도 없이 덤빈다면, 당신은 반드시 패배할 것입니다.
또한 그는 기다림의 대가였습니다. 투자를 야구에 비유하며 평생 20개의 구멍만 뚫을 수 있는 펀치 카드를 가진 것처럼 행동하라고 조언합니다. 가장 확실하고 쉬운 기회가 올 때까지 몇 년이고 끈기 있게 기다렸다가 온 힘을 다해 투자하는 것이 그의 필승 전략입니다.
개인적인 생각: 어제보다 조금 더 현명해지는 법 가난한 찰리의 연감을 통해 배우는 것은 단순히 부를 쌓는 기술이 아니라 성실하고 합리적인 삶의 태도입니다. 그는 99세의 나이까지도 독서를 멈추지 않았고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를 견지했습니다. 복잡한 세상에서 명쾌한 해답이 필요하다면 멍거의 통찰력을 빌려보기를 권합니다.
매일 일어났을 때보다 조금 더 현명해져서 잠자리에 들어라. (Spend each day trying to be a little wiser than you were when you woke up.)